어떤 드라마인가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조선을 떠났던 소년이 미국 해병대 장교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가 다시 만난 조선은 열강이 서로 이권을 다투고, 나라의 운명이 하루가 다르게 흔들리는 땅입니다. 그 한가운데에 겉으로는 단정한 양반가 아씨이지만 몰래 총을 들고 의병의 길을 걷는 여성이 있습니다. 로맨스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너져 가는 나라에서 저마다 다른 자리에 선 사람들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만든 사람들과 출연진
극본은 '도깨비', '태양의 후예'를 쓴 김은숙 작가이고, 연출은 그 두 작품을 함께했던 이응복 감독입니다. 작가 특유의 기억에 남는 대사와 감독의 넓고 공들인 화면이 사극이라는 큰 그릇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주연은 이병헌과 김태리이며, 유연석·김민정·변요한이 각자 다른 처지와 신념을 지닌 인물을 맡아 이야기를 함께 끌고 갑니다. 다섯 인물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지 않고, 각자의 이유로 같은 시대를 통과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뼈대입니다.
- 방영: 2018년 tvN, 24부작
- 극본: 김은숙 ('도깨비', '태양의 후예')
- 연출: 이응복
- 주연: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
시대가 곧 이야기의 무대
배경은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외세의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입니다.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공사관과 군인, 상인이 한성 거리를 오가고, 낯선 문물과 오래된 신분 질서가 한 화면에 함께 담깁니다. 역사 교과서의 몇 줄로만 알던 시기가 사람의 얼굴과 일상으로 바뀌어 다가온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큰 매력입니다. 다만 주요 인물과 사건 상당수는 창작이므로, 실제 역사와는 구분해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궁금한 대목이 생기면 보고 난 뒤 역사서를 따로 찾아 읽으면 감상이 더 깊어집니다.
같은 시대, 다른 자리
주요 인물들은 신분도, 나라에 대한 감정도 제각각입니다. 조선에서 버림받았던 사람에게 조국은 쉽게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가진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이 함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누가 옳은지를 서둘러 정하지 않고, 각자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를 충분히 보여 줍니다. 처음에는 냉소적이거나 이기적으로 보이던 인물이 어떤 순간에 마음을 바꾸는지, 또는 끝내 바꾸지 않는지를 따라가 보세요. 인물마다 쓰는 말투와 옷차림의 차이도 그들이 선 자리를 은근히 드러냅니다.
감상 포인트
화면과 대사 모두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 아래 지점을 의식하면 장면의 결이 더 잘 보입니다.
- 인물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과 존댓말의 변화
- 한옥과 서양식 건물이 한 화면에 함께 잡히는 구도
- 총과 칼, 양복과 한복처럼 대비되는 소품의 쓰임
- 짧게 반복되는 대사가 회차를 건너 다시 돌아오는 순간
김은숙식 대사, 사극에서 달라진 점
김은숙 작가의 대사는 짧고 리듬감 있게 반복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대극에서는 이 반복이 경쾌한 재미를 만들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시대의 무게와 맞물려 좀 더 묵직하게 울립니다. 가벼운 농담처럼 주고받던 말이 뒤로 갈수록 전혀 다른 의미를 품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처음에 지나쳤던 대사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옛 말투와 현대적인 표현이 섞여 있어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몇 회만 지나면 이 작품만의 말맛으로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보기 전에 알아둘 점
총격과 처형, 고문 같은 폭력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나라를 잃어 가는 시기를 다루므로 전체적으로 무겁고 비극적인 정서가 흐르며,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마음이 무거울 수 있습니다. 한 회의 길이가 긴 편이고 회차도 24회로 많으니, 처음 몇 회는 인물 관계를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보는 것을 권합니다. 인물이 많아 헷갈린다면 주요 인물의 이름과 관계를 간단히 적어 두며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런 시청자에게 권한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장편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 인물의 선택이 시대와 부딪히는 이야기에 끌리는 시청자에게 잘 맞습니다. 같은 작가와 감독의 '도깨비'를 좋아했다면 비슷한 대사의 맛을 전혀 다른 무게로 느껴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영상미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합니다. 반대로 짧고 경쾌한 전개를 선호한다면 초반의 느린 호흡이 길게 느껴질 수 있으니, 주말에 몇 회씩 묶어 보는 방식이 잘 맞을 것입니다. 다 보고 나면 그 시대를 다룬 다른 작품이나 책으로 관심을 넓혀 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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